“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하는 것이 사람이고, 그래서 헌법이 있다”
“인간은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런 의혹이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주장을 하는데, 제발 다른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
“사람을 위하는 것은, 약자를 위한 정치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그러면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하자”
### 고문에는 장사 없다.
은수미의 고백에 ‘성폭행 하려는 자들에게 무너졌다’는 기막힌 고백이 나온다. 나도 고백한다. 1956년 5월5일, 대학1학년 시절. ‘해공 신익희’선생이 호남선 열차안에서 서거했다. 그 때 분노한 시민들이 경무대(현 청와대)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를 5.5 경무대 앞 소요사건이라고 부른다.
당시 특무대(현 보안사)로 잡혀갔다. 대학 1년생인 내게 누구로부터 돈을 받고 시위를 했느냐는 것이다. 부인하자 지하로 데리고 갔다. 어느 방문을 열었다. 수염이 더부룩한 사람들이 벌거벗고 있었다. 간첩용의자들이라는 것이다. 너도 저렇게 되고 싶으냐고 윽박질렀다. 다시 심문이 계속됐다. 다시 부인했다. 몽둥이가 떨어졌다. 한 대 두 대, 몇 대인지 셀 수 없는 순간 나는 무너졌다. ‘네! 돈 받았습니다.’ 지금도 죄송스러운 건 당시 민주당 고위 간부인 두 명의 의원들을 불러 주는대로 찍었다. 그들 의원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자백한 것이다. 죽을 날이 멀지 않은 지금 이 나이에도 그 때 기억을 생각하면 얼굴을 못 든다. 몽둥이 몇 대에 무너져 버린 나였다.
석방되어 학교에 갔을 때 유일하게 구속되었던 나는 영웅이었지만 영웅은 부끄러움에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허위자백에 남을 끌고 들어간 비겁자였다.
“가장 힘들었던 게,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거였어.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한 20일 받는데, 원래 우리가 약속한 게 묵비권을 행사하자는 거였어. 근데 일주일쯤 버티다 무너졌어.” 은수미의 고백이다.
세월호 시위 때 잠시 보았던 은수미 의원은 내게 그냥 야당의 비례대표 의원일 뿐이었다. 이제 새롭게 그를 보면서 부끄러운 61년 전 내 과거가 살아났다.
### 집권을 포기해라.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박종철 열사가 눈에 선하다. 술 취한 군복들이 가슴을 더듬는 짐승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순간 무너져 버린 은수미의 모습이 애쳐롭다. 이것이 테러다. 테러방지법은 이런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짐승만도 못한 테러행위로 해서 몸이 망가지고 죽고 지금도 행방불명이 된 사람은 부지기수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며 한국이 진정으로 정신적 선진국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리버스터에 참가해 온 몸으로 절규한 야당의원들의 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마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뿌듯한 감격을 맛보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의원들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의 말이 국민 가슴에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실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깨달았을 것 같다. 아니 모든 국회의원들이 알았을 것이다.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모두들 알았을 것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며 무엇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국민으로 하여금 조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임을 알았을 것이다. 이제 정부여당이 만들려는 ‘테러방지법’을 왜 국민이 반대하는지 왜 악법인지 알았을 것이다. 알았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있을 것이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글이 너무 길었다. 은수미 의원의 말로 글을 맺는다.
“나는 계속 같은 얘기를 해왔지만 세상은 더 나빠지고, 사람들은 더 고통스러워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구하지 못했는데, 내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또 같은 얘기를 하는구나, 그래도 해야지, 앞으로도 계속할 거야, 그러면서 운다.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다. 힘은 빠져 있지, 거리두기는 안되지, 갑자기 사람들이 내 안으로 확 들어와 버린 거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