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열사 묘비와 안철수.-
안철수. 가슴으로 울었는가.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2016년 1월11일. 5.18 광주국립묘역 윤상원 열사의 묘비 앞에는 한 남자가 처연한 얼굴로 묘비를 어루만지며 왈칵 눈물이라도 쏟아 낼 것만 같은 비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당수다. 그의 옆에는 그를 따르는 광주의 딸이라는 권은희를 비롯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배를 갈아 탄 정치인들이 역시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서 있었다.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광주를 사랑하고 호남을 사랑하는 안철수와 권은희와 많은 의원들의 존경 속에 5.18 민주항쟁의 영령들은 감격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를 잊지 않고 저처럼 찾아오는구나. 역시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깊은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국민 누구나가 슬픈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비목’의 가사다. 망월동 5.18 영령들의 묘비에는 지금 이름은 있지만 묘역을 찾는 그 많은 얼굴들로부터 영령들은 어떤 위로를 받고 있는가.
처음 망월동 묘역을 찾아 시뻘건 진흙으로 덥인 무덤을 보며 그 때 함께 갔던 동지들과 함께 엎드려 통곡을 하며 일어날 줄 모르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우리는 모두가 함께 죄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죄인이 아닌가. 그 때 총탄을 맞고 쓰러진 영령들이 갈망하던 민주와 자유는 실현되었는가. 윤상원 열사의 묘비명을 쓰다듬는 비통한 모습의 안철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열사의 이루지 못한 염원을 꽃 피우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했을까.
### 광주와 호남의 자부심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자. 왜 뻔질나게 광주를 찾는가. 광주가 존경스러워인가. 아니 대답할 필요도 없다.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안철수의 진실은 무엇인가. 5.18 정신을 배제하자는 그의 광주인식과 탈당이후 그의 잦은 광주발걸음은 너무나도 어울리지가 않는다. 아직은 안철수의 연기가 김한길이나 박지원처럼 능숙하지가 않다. 표정 하나도 관리를 못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안철수의 위선을 국민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철수는 아직 진실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모르고 있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호남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곁과 속이 다른 안철수의 호남방문에 감격하는 것인가. 정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부실한 의정활동으로 이미 낙인이 찍힌 호남출신 의원들이다. 이들에 대한 공천배제여론은 압도적이다. 이들은 공천배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리 탈당을 자행했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기웃거린다. 받아 줄지도 의문이다.
호남의 국회의원들은 지금까지 호남이라는 지역적 비단이불을 덮고 추위를 모르고 살아 왔다. 적당히 지역정서를 부추기며 호남 푸대접을 무기로 삼아 배불리 살았다. 때문에 혁신이란 말에 경련을 일으키며 저항을 해 왔고 저항이 통하지 않자 추악하게 탈당이라는 녹이 쓴 칼을 빼든 것이다. 권노갑 옹을 비롯해서 박지원 주승용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비록 같은 호남이라 할지라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이들이 진심으로 호남을 사랑하는 정치인들이었다면 혁신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혁신의 선봉에 서서 개혁을 주도했어야 한다.
광주 호남이 이 땅의 민주화에 선구자임을 어느 누가 모르랴. 지난 연말 호남을 다니면서 5.18 당시 20세의 청년으로 도청에서 무기를 관리하던 사람을 만났다. 왜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무기고를 지켰는가. 바로 광주의 자존심이었다. 기레기들이 말하는 폭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탈당을 하고 국민의당을 기웃거리는 것이 광주의 자존심인가.
권노갑 옹과 박지원 두 분에게 호소한다. 안철수나 김한길은 희망이 아니다. 문재인도 아닐 수 있다. 지금까지 말 잘 듣던 수하들만 데리고 편하게 정치를 하던 꿈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5.18 묘역에 잠들어 있는 윤상원 박관현 열사와 광주와 호남을 사랑하던 영령들이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이 바로 안철수의 가슴에 진실의 불을 당겨 줄 수 있을 것이다. 권노갑 옹과 박지원의 마지막 정치인생에 아름답게 수를 놓도록 해 줄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광주와 호남의 자부심을 지키는 길이다. 국민이 호남을 지켜본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