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감시해서 뭐 할거냐.-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느냐.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됐느냐는 한탄도 마찬가지다. 특별하게 세상을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평범한 백석들, 대단한 것 바라지 않는 국민들, 그저 하루 세끼 밥 먹고 살 수 있으면 만족하는 백성들의 소리다.
조지 오웰이 쓴 ‘1984’이란 소설이 있다.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서 소개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소설을 떠 올리며 몸서리를 친다. 이제 우리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심지어 생각하는 것 까지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되는 모양이다.
### 5163 부대라니.
1961년 5월16일 밤 3시. 국민들은 기억하는가. 육군 소장 박정희가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이승만 이후 새로운 독재가 시작된 날이다. 5163부대란 바로 5월16일 3시를 상징한 부대 이름이며 국정원에 또 다른 위장 이름이다. 지금 세상을 벌컥 뒤집어 놓은 국정원이 이태리에서 구입했다는 ‘해킹’프로그램(RSC)은 말 그대로 우리의 알몸이 홀랑 들어나게 되어 있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되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다. 어디를 가도 숨을 곳이 없다. 사랑하는 연인과 조용히 사랑의 밀어 한 마디 나눌 수 없다. 그럼 우리는 무엇인가. 살아 있어도 죽은 인간이다.
마약에 중독되면 마약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 중독현상이다. 옛날 어렸을 때 도둑질 하다가 잡힌 아편쟁이를 봤다. 권력도 마약이라고 한다. ‘민족중흥’의 깃발을 들고 은인자중하던 군이 쿠데타를 할 때 박정희는 이른바 혁명이 성공하면 군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거짓이었다. 국민투표를 빙자로 다시 권력을 잡았고 유신을 선포했고 종신대통령이 됐다. 그가 만든 중앙정보부는 조지 오웰의 빅부러더(대형)였다. 숨을 제대로 쉬고 말 한 번 마음대로 했던가. 궁정동의 안가가 없었고 김재규가 없었으면 박정희는 천수를 다 할 때까지 청와대 주인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것인가. 그를 보는 국민이 불안하다.
### 어려서 배운 것은 도리가 없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은 올바른 인간을 만드는 인간만이 가진 지혜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교육을 받으면 사람을 버린다. 좋은 교육을 받으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 맹모삼천지교는 바로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만기친람(萬機親覽)도 잘못된 교육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가 겪은 불신의 늪은 빠져 나오기 힘든 불랙홀이다. 그 결과가 가져오는 비극은 박근헤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열 사람의 지혜는 못 따라 온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아직까지의 제도 중에서는 가장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반대로 독재는 어느 시대에도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불신의 결과는 너무나 두렵다. 국정원은 5163부대가 이태리에서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고백했다. 부인 안 한 것만도 대견하다고 할까. 헌데 이게 무슨 코미디냐. 북한을 겨냥한 것이며 연구용이라고 했다. 이걸 국민에게 믿으라는 모양인데 국민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내에서 감청용으로 사용했으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국회의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구속중이다.
믿고 싶어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못 믿는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어디 하나 둘인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도 없다. 그 결과가 무엇을 가져 오는지 박근혜 정권은 생각해 보았는가. 신뢰의 실종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정치를 잃는 것이다. 그럼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