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정운현 보도국장 겸 앵커

 

 

정운현

오색만남, 매주 화요일은 문화예술계의 이슈를 점검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첫 번째 이야기는 뭔가요?

 

깜악귀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이자 스웨덴 국적의 다국적 기업, 이케아가 지난 18일 한국 1호점을 광명에 오픈했습니다. 이번에 개장한 한국 1호점은 전 세계 이케아 345개 매장 중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 이케아 제품을 구매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고요. 인터넷 몰 등에서 대행수입 업체를 통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직매장이 오픈됨으로서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케아는 아시다시피 돈이 부족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기획한 가구 브랜드이다 보니, 중저가의 내구성이 약한 조립식 가구입니다. 보통 구입해서 한 2년 정도 쓰다가 망가지거나 지겨워서 버리는... 그래서 이케아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랜드와 중저가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즉, 간결하고 다운사이징 된 젊은 층의 삶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앵커님은 이케아 가구를 써본 적 있으신가요? 

 

세계 최대 규모답게, 한국 1호점 첫 개장일에만 2만 8천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오픈 첫 주말인 지난 20일에는 3만여 명이 방문했고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가장 큰 불편이 주차일 텐데요, 주차하는데 40분에서 1시간 기다렸다는 후기들도 인터넷에서 있고요. 일단 이케아는 2020년까지 한국에 5개의 이케아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운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저렴한 가격 때문인가요?

 

깜악귀 

이케아가 만들어내는 가구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문화처럼 인식이 되면서 북유럽 스타일의 '힙'한 브랜드로 인식이 되고 있는데요. 실은 고가 고급 브랜드는 아닙니다. 디자인은 예쁩니다만. 실제로 매장에서 보면 제품들이 상당히 싼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장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서 임대 비용을 절감하고, '조립형 가구'로 더욱 비용을 절감, 더해서 고객은 전시장에서 이미 조립된 가구를 보고 어떤 걸 살지 마음을 정한 다음 아래층에서 직접 그 가구를 찾아 값을 지불한 후 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이런 식으로 값을 절감하는 게 이케아입니다. 즉 DIY(Do it yourself)구조인 거죠. "불편함을 팔아서 브랜드화 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정운현

조립 전 가구들의 재료를 사는 셈인데, 그럼 조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불편하겠군요. 

 

깜악귀

네, 이건 한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불편한 구조거든요. 한국에서 대부분의 가구는 배송비 무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정에서 주부들은 가구 조립 같은 거 그렇게 능숙하지 않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나 했는데, 일단 배송이 가능하긴 합니다. 단 유료이고요. 가구 조립도 직원이 해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단 이것 역시 유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료가 붙다 보면 사실상 싼 제품이 싸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본래 이케아 스타일로 DIY 할 수 있는 소비군들에게 역시 가장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운현

젊은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각자 개성대로 사서 조립하는 것도 재미가 있겠군요. 참, 이케아 매장에는 가구만 팝니까?

 

깜악귀  

가구보다 더욱 한국 사람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은 게 바로 식당입니다. 이케아의 한국 매장에서 핫도그, 미트볼, 파스타 등을 파는데 역시 저렴한 가격 때문에 화제입니다. 창고형 대형 매장인 코스트코의 경우도, 저렴하고 커다란 피자와 치킨베이크 같은 현지식 메뉴가 인기인데요. 이케아의 한국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핫도그가 음료를 포함해서 1000원이고요. 김치볶음밥 2000원, 토마토 스파게타 2,900원. 치즈케익이 2,900원. 이케아 광명점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SNS를 보면 가구 이야기보다 먹고 온 이야기가 가득하고 가구 보러 갔다가 먹방을 찍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장 이후 3일간 1만 1000개의 핫도그가 팔렸다고 해요. 

 

정운현

그렇군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싸고 다양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은데요. 이렇게 수도권 주변에 대형매장이 생기면 골목상권들은 피해를 입을 것 같습니다만.

 

깜악귀 

네,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하면서 광명 가구거리 등 근처 상권이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가구만 파는 게 아니거든요. 전등 스탠드 등 인테리어 용품이나 침대 시트 등 사실상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전반적인 상품을 팝니다. 그래서 타격이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전망인데, 사실 몇 달 지나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가라앉아 봐야 실제로 이케아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유명 해외 브랜드의 대형 직매장이다 보니까 분위기로 몰리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정운현

두 번째는 어떤 이야기입니까?

 

깜악귀 

‘미디어 셀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책들이 인기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미생'은 만화로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에 tvn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죠. 사실 서점가에서는 이런 미디어 셀러가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온 ‘모모’, ‘시크릿 가든’에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도 있었죠. 하지만 2014년은 유독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면서 미디어 셀러의 입지를 다진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인데요. 작년에 이미 출간했던 소설이지만 올해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인기를 끈 소설입니다. 2위는 [미생]입니다. 최근 종결된 TvN드라마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한 만화책이고요. 3위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드라마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러 번 노출됐고 한 달 사이 5만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위 3위까지 모두 미디어 셀러가 차지했습니다. 

 

정운현

아무래도 미디어 속 상황과 책의 내용이 맞물리면서 공감폭을 넓혔고, 영상물 쪽 미디어가 파워가 강력하다 보니까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가 책으로 옮겨간 셈이군요. 이게 그렇게 이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은데, 올해처럼 1, 2, 3위가 미디어 셀러인 것은 참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깜악귀 

이 외에 영화 '나를 찾아줘'의 원작 소설인 '나를 찾아줘'나 '메이즈 러너'도 마찬가지로, 올해 베스트 10 안에는 못 들었지만 미디어 셀러 중 하나였고요. 이 외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영향으로 우주론 관련 서적들, (예를 들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구매한 독자층들도 많았습니다. 제 주변에 특히 이런 친구들이 많았는데요. 인터스텔라 보고 왔더니 천제물리학이 댕긴다 이러면서... 영화 '명량'의 인기를 업고 이순신 관련 서적들이 출간된다거나... 올해 서점 가에 ‘정도전’과 연관된 책들적이 넘쳤던 것도 미디어 셀러의 영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이게 "책이 자생력을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즉 책이 독립적인 미디어가 아니라 무슨 영화, 드라마의 파생 상품처럼 팔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층의 수가 그만큼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평소에 무슨 계기가 없으면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한편, 서점계는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좀 답답한 서점가의 현실인데요. 내년에도 아마 크게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정운현

꼭 판매부수가 높은 것이 좋은 책의 척도는 아니지만 도서시장에서 작가나 출판사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부분은 아쉽군요. 국내 작가들의 활약은 어떻습니까?

 

깜악귀 

국내 소설가들의 활약이 저조했다는 것도 올해 서점가의 특징인데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유일하게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을 뿐입니다. 내년에는 상황이 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운현

세 번째는 어떤 주제입니까?

 

깜악귀 

이제 올해도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요. 그래서 요즘 한해를 보내는 각종 행사들이 많습니다. 직장인들의 경우는 종무식이나 동창회가 있을 텐데요. 오늘은 이렇게 술잔이 오가는 회식자리를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흥을 돋우는 건배사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정 앵커님은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하십니까? 어떤 건배사를 하시나요?

예전에는 ‘지화자~ 좋~타~’ 요런 구닥다리 같은 건배사를 많이 했는데요, 2014년 12월에 이런 건배사하면 후배들이나 지인들이 화장실에서 욕합니다. 오늘 제가 알려드리는 ‘2014 핫 트랜드 건배사’를 숙지하시면 회식자리에서 센스쟁이로 자리매김 하실 겁니다. 최근 참신한 건배사가 무수히 등장해서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화제'라는 건배사가 있는데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정앵커님이 '소화제' 외치시면 제가 풀이를 하겠습니다. 

 

정운현

소화제!

 

깜악귀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

약간 욕처럼 들리지만 뜻이 좋은, '개나발'도 있습니다.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오바마'는 "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대로!", '모바일'은 "모두의 바람대로 일어나라!"입니다. 

 

정운현

저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잔 하는 편인데요, 가족끼리 술 마실 때 하면 좋은 건배사는 없습니까?

 

깜악귀 

부부간에 한잔 할 때를 위한 필살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보당신'인데요. "여유롭고 보람차고 당당하고 신나게"란 뜻입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부부끼리 오붓하게 무릎을 맞대고 한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센스있는 건배사의 포인트는 타이밍입니다. 분위기와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요. 술자리 끝날 때쯤에 적합한 건배사로 '변사또'가 있는데요. "변함없는 사람으로 또 만나자!" 오늘 소개해드린 건배사 중에서 뭐가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이게 다 누군가가 생각해낸 거라는 게 굉장합니다. 이 외에 굉장히 많은 건배사가 돌고 있습니다. 팩트 나인 뉴스 시청자분들도 연말연시에 기발한 건배사로 모임에서 MVP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운현

네, 지금까지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님과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