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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와 언론이 칭찬 받는 세상
칭찬 들으면 고래도 춤을
등록날짜 [ 2019년01월14일 11시10분 ]
 
【팩트TV-이기명칼럼】까마득한 고공 굴뚝 위에서 426일간 농성을 하던 파인텍 노동자들이 마침내 지상에 발을 디뎠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흙냄새일까.
 
국무총리와 이재용이 만났다.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최소한 악담은 나누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용은 집에 가면 아버지 이건희를 만날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할까. 건강하시라고 할까. 식물인간이 된 부친을 보며 재산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불려가 14시간 30분간 조사를 받았다. 피의 혐의만 40여 가지가 넘는다. 유무죄와 상관없이 참 기분이 더럽다.
 
며칠 전 동창생 혼사에 갔더니 혼주가 깜짝 놀란다.
 
‘아니 네가 웬일이냐.’
‘얼굴 보고 싶어 왔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 이제 서로 욕하지 말고 살자. 사위 참 잘 잘 얻었다.’
 
덕담이다. 혼사에 온 친구들이 놀란다. 이유가 있다. 거의 상종을 안 한 사이다. 이유는 정치신념이 다르다. 원수처럼 지냈다. 마음이 풀어진다. 우정이 회복될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청와대의 참모진 개편에 '야당을 향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칭찬 듣는 언론
 
식당가서도 싫어하는 방송이 나오면 밥맛이 없다.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왜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가. 경험에 의한 판단이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가짜 뉴스만 듣고 보고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가짜 뉴스도 언론으로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언론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미국은 언론자유를 건드리는 법은 만들지도 못하게 되어 있다. 그 정도로 언론자유가 보장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언론 보호인가. 언론은 보호되어야 한다. 언론이 보호되지 않으면 나라의 기본이 흔들린다. 불신이 판치기 때문이다.
 
언론비판을 참 많이 한다. 자격이 있는가. 반성하고 후회하고 사죄도 했다. 군사독재 시절에 얼마나 많은 엉터리 글을 썼는가. 얼마나 권력에 아부·아첨하는 글을 썼는가. 군부독재 시대 도리 없이 썼다고 하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당시에도 얼마나 당당하게 바른 소리를 하다가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해직된 기자들이 많은가.
 
송건호 선생님은 내 고등학교 선배이자 은사님이시다. 대학을 갓 나온 송건호 선생님의 느릿한 충청도 말 속에는 독재에 대한 서릿발 같은 분노와 정의감이 끓고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는가. 고등학교 제자며 언론계 후배며 내 자식의 주례까지 서 주신 선생님이 저를 보고 ‘누구시죠’ 물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군부독재가 선생님을 완전하게 망가트린 것이다. 지금도 글을 쓸 때면 선생님을 생각한다. 오늘의 한겨레가 있게 만든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송건호 선생님이 그때 하신 말씀들은 당시에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어도 내 어린 마음속에 아름다운 꽃씨로 심어져 60년이 지난 이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선생님이 그립고 그때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한겨레 기자들이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시비가 많다. 언론윤리에 어긋난다고 한다. 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현직 기자들이 권력을 찾아 양지로 들어갔다. 당시 한겨레가 비판했다. 나도 욕을 했다. 그럼 지금은 뭐냐고 한다. 할 수 있는 말이다. 혼자 중얼거린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 다와야 사람이지’ 독재 시절에 청와대 간 기자들과 지금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비판을 받아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송건호 선생님이 생존해 계셨으면 뭐라고 하셨을지 궁금하다.
 
■고래도 칭찬 들으면 춤을 춘다고
 
여·야를 막론하고 당대표나 당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언론에 나와 발언을 한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오물 같은 발언들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 저 사람들이 과연 정치지도자들인가. 과연 저들이 칭찬이라는 말이 있는지 알기나 할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욕 한마디 먹으면 두 마디 하게 된다. 서로 욕을 하다 보면 끝이 없고 한이 없다.
 
이와 반대로 칭찬을 해 보자.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어떻게 욕을 하는가. 서로 칭찬을 하다 보면 얼굴도 부드러워지고 만나면 웃는다. 적어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언론에 나와서는 싫더라도 덕담을 해 보라. 정치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청와대가 비서실 개편을 했다. 당연히 한국당에서 논평을 냈다. 헌데 이번에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나섰다. 무슨 말을 했을까.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다”
 
너무 심했다. 야당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차치하고라도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해보겠다고 비서실을 개편했는데 이걸 ‘선전포고’라고 하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통령이 선전포고했으니 우리도 전쟁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의가 아닌가. 그러니까 한판 붙자는 ‘역 선전포고’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설사 전쟁 선포로 느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하더라도 꾹 누르고 ‘잘했다’는 칭찬까지는 못해도 ‘잘하기를 바란다’는 덕담 수준의 말 한마디를 했다면 어땠을까.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고 했듯이 덕담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험한 말을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덕담이 오고 가고 하다 보면 정치인들도 인간인지라 마음이 바뀌게 되리라고 믿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 당에 대한 평가나 논평이 야박하다는 것은 국민도 다 안다. 그 결과는 정치판이 사막처럼 메마르고 가슴속에는 증오만이 남는다. 너 나 할 것 없이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는 덕담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경원과 홍영표가 국회에서 두 손 마주 잡고 그 흔한 포옹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돈 안 드리고 빚을 갚는다니 이게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정치인들은 덕담하는 공부를 하면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말자
 
정당이 다르고 정치이념이 다르면 정치인들이 서로 싸울 수도 있다.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소중한 국민 세금으로 특수 활동비나 쓰고 외유나 다닐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정말 잘 해야 한다. 너무나 지당한 얘기를 새삼스럽게 했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인이 마치 권력이나 휘두르며 무위도식하는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런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어 있다. 국회에 쌓여있는 법안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심의통과 시켜야 할 법안은 얼마나 많은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아무리 급한 법안이라도 ‘나 몰라라’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언론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의 온갖 비리를 고발한다. 올바른 언론으로 살아 있다면 세상은 썩을 수도 없고 정치 또한 같다. 오늘의 한국 언론이 국민의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가 있는가. 그들이 군사독재 시절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도 언론이 냉정한 눈으로 감시한다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불공정한 보도와 가짜 뉴스가 횡횡하는 풍토에서 정치가 바르게 설 수가 없고 그 결과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것은 참으로 질문도 못 한다는 것이다. 저 정도의 질문밖에 못 하는가. 함께 보던 은퇴한 원로정치인의 얼굴이 어둡다. 김애령이란 기자는 30분 내내 들은 대통령의 회견을 어디로 들었는가. 경제 정책에 대해 무슨 자신감이냐고 따진다. 대통령이 난감했을 것이다. 딱하다. 기자들도 공부해야 한다. 실력이 있어야 대우를 받는다.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 정치와 언론이 바로 섰을 때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언론인과 정치인이 된다. 여·야 대표가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모멸의 눈초리를 국민에게 받으며 전전긍긍하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가슴을 펴고 살고 싶지 않은가. 이 땅은 우리 모두의 조국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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