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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BC의 칼바람 ‘내 목을 쳐라’
망나니 녹 쓴 칼, 이제 접어라.
등록날짜 [ 2017년05월01일 10시43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자주 인용하는 실화다. 1944년 1월 9일. 프랑스 파리 남쪽 몽패르의 형장에서 프랑스 언론 ‘오늘’의 정치부장인 ‘조르쥬 쉬아레스’가 처형됐다. 나치에 협력한 반역죄였다. 처형된 프랑스 언론인은 수천 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강력하게 항의하는 자도 있었다. 자신은 아무 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드골의 말은 간명했다. ‘그것이 죄다.’ 아무 일도 아무 말도 안 한 죄. 언론인의 사명은 그토록 무겁다.
 
오늘의 한국 언론은 어떤가. 침묵한 것이 죄가 아니고 말을 한 것이 죄다. 바른말을 한 것이 죄다. 프랑스에서는 침묵이 죄였고 한국에서는 ‘발언’이 죄다.
 
MBC(사장 김장겸)는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를 징계했다. 이유는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동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MBC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외면당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 막내의 징계를 보면서 ‘내 목을 치라’는 내부의 분노가 끓는다.
 
촛불이나 취재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당하는 모욕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언젠가 함께 있던 MBC 출신 후배가 부탁했다. ‘저를 MBC 출신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MBC 기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후배였다.
 
MBC가 망가졌다는 말은 비단 어느 대선 후보자의 말만이 아니다. 그들 자신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자부심이 수치심으로 변한 자신들의 위상은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을 거치면서 쫄망(쫄딱망함)했다는 MBC 구성원들의 고통은 그 깊이를 모른다.

(사진출처 - MBC 노동조합) MBC 기자·PD·아나운서 등 200여명이 지난 2월 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MBC 정상화를촉구하고 있다.

 
■망나니 칼춤에 희생된 기자들
 
사회 부조리와 불법을 고발하고 공정한 언론을 위해 노력한 MBC의 기자들을 알고 있다. 과거에는 MBC의 방송을 보고 들으며 국민들은 분노의 가슴을 식혔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가 있는가. 어디에 있기에 국민들은 MBC를 외면하고 있는가. MBC 보도의 시청률은 차마 입에 담기에도 부끄럽다는 기자들의 탄식이다.
 
존경받던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사라졌다. 관리직이나 영업직으로 업종이 바뀌었다. 늑대 사냥꾼에게 밭을 매라는 격이다. 항의하는 직원들은 가차 없이 내쳤다. 해임과 중징계를 때린다. 소송에서 패하면 모르쇠다.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내 쫓은 기자 대신에 뽑은 인력이 방송국 하나 차릴 정도라고 한다. 기자·PD에서 쫓겨나 좌절 속에서 한숨 쉬고 있는 이들이 빨리 자신의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자로 첫발을 드려 놓고 평생을 언론을 위해 일했다고 자부하는 김장겸 사장은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오늘의 MBC가 얼마나 정도에서 벗어나 파행의 길을 걷고 있느냐는 것도 잘 안다는 의미다. 언론사 최고의 경영인이 됐다면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 있는가. 영광의 값은 싸구려가 아니다.
 
김장겸 사장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과연 경영인으로서 자랑스러운 MBC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MBC를 사랑하던 국민은 그의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인생이 얼마나 긴가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일관되게 MBC와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소명의식을 버린 채 ‘청와대 방송’이라는 오명으로 살았다고 국민들은 믿는다. 그들은 지금도 과거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정권을 비호하고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정권의 온갖 비리를 은폐 축소하고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언론의 기본과 원칙을 팽개친 공영방송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제 모습을 찾고 싶은 언론인들에게 지나간 9년의 세월은 탄압과 해직으로 얼룩진 가시밭길 세월이었다. 가슴이 터지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언론인은 없는가. 스트레스로 불치병을 얻어 신음하는 언론인은 없는가. 죄 없이 쫓겨난 언론인들은 즉시 제자리로 복귀시키고 보도기능을 통제하고 언론정신을 짓밟은 자들을 추방하는 것이 방송개혁의 시작이다. 언론개혁이 없이는 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다.
 
세상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궤도를 이탈해 파행을 일삼던 질서가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KBS와 MBC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동안 그들은 지배했던 권력의 숨은 얼굴이 공개되어야 한다. 반드시 공개될 것이다. 어떤 정권도 다시는 언론장악이라는 망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권유지에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위해 헌신하는 언론인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5·18 당시 ‘저기 철조망 넘어 복면을 한 폭도들이 서성거리고 있다’는 김대중 조선일보 기자의 보도를 보고 얼마나 경악했을까. 오피스텔에 숨어 댓글 작업을 한 국정원 직원의 존재를 언론이 파헤쳤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닉슨의 몰락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없었다면 부끄러운 미국의 역사는 어둠 속에 묻혔을 것이다.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폭로하지 않았다면 박근혜의 추악한 역사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언론은 위대한 것이다. 의무를 다한다면 말이다.
 
국민들은 지금 MBC를 주시하고 있다. MBC의 변화와 제 자리 찾기는 언론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MBC가 변하지 않는다면 1,600만의 촛불은 MBC와 한국 언론을 위해서 다시 타오를 것이다.
 
MBC는 우선 부당한 징벌로 고통받는 기자와 PD를 제 자리로 복귀시켜야 한다. 그들이 제 자리로 돌아와 잃었던 MBC의 영광을 다시 찾아야 한다. 칼바람이 사라지고 훈풍이 감도는 MBC가 되어야 한다. 그 몫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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