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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희망퇴직이 '청년일자리' 창출한다구요?"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 “법에도 없는 희망퇴직, 거부하면 면벽근무-빈책상 근무 등 온갖 탄압” “사내유보금 700조 중, 1%만 풀어도 고용이 훨씬 쉬워진다”
등록날짜 [ 2016년06월23일 16시17분 ]
팩트TV 고승은 기자
 
【팩트TV】 최근 정부 주도로 해운·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계에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를 보면 기업들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으며, 조선해운 업계를 중심으로 중공업·건설·금융 분야까지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각 기업들마다 수천 명씩 ‘희망퇴직’을 신청받으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좌불안석’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기업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이미 대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퇴사를 압박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체에서는 화장실 앞에 책상을 놓고 근무를 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또다른 업체에선 빈 책상을 주고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거나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부당 노동행위가 있어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법적 처벌이 어렵다.
 
‘희망퇴직’은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뜻이지만, 현재 실상은 회사가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결국 무늬만 희망퇴직일 뿐 ‘희망’은 사라진 ‘퇴직’과 다름없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박근혜 정권이 성과제와 일반해고를 도입해 더 쉬운 해고로 가려 한다.”면서 “특히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한 노동4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자를 수 있게 되서 더 이상 희망퇴직이란 말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사진-고승은)
 
그는 특히 기업들이 희망퇴직의 명분으로 ‘청년 고용창출’을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2천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희망퇴직을 계속 받아왔는데, 이런 논리가 맞다면 지금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게 말이나 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벌들이 쌓아놓고 있는 사내유보금 700조원의 일부만 풀어도 고용이 훨씬 수월할 거라 강조했다.
 
김 홍보부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를 장기적 대안으로 제시한 뒤 “현재 윗선의 이사들이 행사한 경영권의 책임이 노동자의 해고로 돌아오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책임과 권한을 이사들과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 과제로는 “관련 법규정을 개정해 면벽근무나 빈책상 근무 등 부당노동행위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현재 근로기준법이 희망퇴직과 관련해서 부족한 면도 있지만 나름 잘 만들어져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적다”면서 “직장 내에서 상사의 횡포나 쫓겨난 사례 등을 통해 노동 관련 법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좀 더 나은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선 (내 권리를 지켜줄) 노조가 필요할 것이다. 노조 가입은 특수한 사람에게 허용된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누구에게나 보장된 권리인 만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홍보부장과의 일문일답
 
희망퇴직의 정의와 유래를 설명해주신다면?
 
사람을 쉽게 해고하려다보니, 기업에서 법에도 없는 기형적인 형태를 만들어낸 거죠. 노조가 없는 영세한 기업에선 대부분 회사에서 ‘너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부당해고를 쉽게 할 수 없다보니 이렇게 기형적인 형태를 만든 겁니다. 법적으로 봤을 땐 자발적인 퇴사로 처리되니까요.

희망퇴직의 유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997년 IMF 이후에 정리해고가 도입됐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죠, 그런데 정리해고를 계속 하려다보니까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특히 정리해고의 요건을 보면, 기업이 어려워서 도저히 고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임을 기업이 회계장부 등을 통해 입증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렵고, 또 정리해고를 강행하면 사회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잖습니까? 그래서 희망퇴직이라는 법에도 없는 제도를 2천년대 초반에 도입한 겁니다. 그런데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어도, 희망퇴직이 상시적으로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죠. 

정부와 기업에서 IMF 이전에 정리해고를 도입하려고 했다가,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통해 한 번 막았습니다. 그러나 IMF가 터져버리니까 고용을 유지할 수 없는 기업들이 많아졌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동법상으로 해고는 안 되지만, 누가 봐도 기업이 망하니까 특수적으로 잠시 열어두자 했는데 기업들이 연례행사처럼 악용하고 있죠. 쌍용차가 딱 그렇잖아요? (기업이 어려운 것처럼)회계장부를 조작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죠.
 
 
희망퇴직 강요를 거부해서 일어나는 불이익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을 대표적으로 꼽자면, 최근 A그룹에서는 화장실 앞에다 책상놓고 근무시킨 사례가 있었고, B그룹에선 등산 보내놓고 인증샷 찍어오라고 한다거나, 봉사활동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사례로는 빈 책상을 하나 줘놓고 아무 일도 안 시키기도 합니다. 당하는 사람은 정말 굴욕적이죠. 최근의 한 사례로는 벽 앞에다 사람을 세워놓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흔히 가만히 앉아서 돈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순순히 가만 놔두질 않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라 그러고, 몇 분 간격으로 졸아서도 안 된다고 정해놨죠. 만약에 이를 어기면 징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징계해고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이렇게 괴롭히는 이유가 사직서를 알아서 내라는 거에요. 

특히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 갑자기 그런 대우를 받게 된다면 굉장한 수치심을 느끼겠죠. 순식간에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는 거거든요. 동료들도 누가 해고대상자인지, 회사에 찍힌 걸 뻔히 아는데 누가 친하게 지내려하겠어요.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희망퇴직은 대상자가 있다는 것도 웃기고 거부한다는 것도 웃깁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상자를 정해놓고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거니까요. 
 
 
희망퇴직 위로금이나 실업급여는 대부분 지급하는 편인가요?
 
노조가 없는 영세한 기업이라면, 희망퇴직이라는 자체도 거치지 않으니까 위로금 같은 겻도 없는 게 대부분이구요. 그나마 노조가 힘을 쓰고 있는 곳에는 3개월 치 월급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성같은 경우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서 그보다 더 많이 챙겨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노조의 영향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그런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부서 하나가 (경영 실패로)완전히 없어지는 경우 예외가 있겠죠. 그러나 연례적으로 하는 희망퇴직이나 기업에서 인건비 줄이려고 하는 거라면 직급이 높은 분들이 주 대상이 되죠. 차장이나 부장급인 40대 중반 전후로요. 그래서 사오정이라는 말이 등장했듯이 생각보다 희망퇴직을 많이 하고 있는 거구요.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많은 수가 정년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JTBC 뉴스영상 캡쳐
 

무분별한 희망퇴직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있나요?
 
박근혜 정권은 물론, 어떤 정부도 희망퇴직이라는 게 법에 없다보니 방지 법안 등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박근혜 정권은 성과제와 일반해고 도입해서 더욱 더 쉬운 해고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19대 때 통과되지 못한)노동 4법도 국회 1호 법안으로 새누리당이 내놓았구요. 이게 도입되면 희망퇴직이라는 말도 필요가 없어집니다. 퇴직서 안내도 기업이 노동자들을 자를 수 있는 거거든요.

또 성과제라고 하는 것도, 똑같은 일을 하는데 어떻게 성과를 매긴다는 건가요. 그냥 관리자 마음대로 점수 주겠다는 거죠. 임의로 (맘에 안 드는) 사람 막 지정해서 점수주고 해고 가능하게 하겠다는 거거든요. 정말 문제가 심각하죠.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희망퇴직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은 희망퇴직이라는 것 자체가 정리해고에서 비롯됐죠. 우선 논리 자체가 모순인 게 기업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 위에 있는 총수들은 전혀 어렵지 않잖아요? 30대 재벌 사내유보금만 700조를 이미 넘었지 않습니까. 그 중에 1%만 풀어도 고용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또 희망퇴직의 명분으로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말하는 게 위의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아래로부터의 고용창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만, 2천년대 초반부터 10여년간 희망퇴직을 계속 받아왔단 말이죠. 그들의 논리가 맞다면 지금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게 말이나 될까요?

특히 기업이 어려워져 회생절차로 들어가다보면 희망퇴직이 벌어지는데, 우선 이를 바꾸려면 제도 전반에 대해 손봐야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이사제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이사들이 결정했음에도, 책임은 노동자들이 지고 해고당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노동자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되, 책임도 이사들과 공동으로 지게 하자는 거죠. 이게 저희가 주장하는 장기적 과제입니다.

우선 단기적인 것으로 들어오자면, 우선은 기업에서 상시적으로 행하는 희망퇴직을 우선은 노조로 막는 수밖에 없겠죠. 희망퇴직 자체가 법을 벗어난 것이다 보니, 노조에서도 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실력으로 (헌법에도 보장된)단결권을 행사해서 단체협상을 맺어야겠죠. 

다만,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조선업같은 분야에선 어느 정도 해고를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량해고를 하는 것이 아닌 최대한 관련직종에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전환배치시켜서 해고를 피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것이 정리해고법에도 나와 있거든요.

그 다음에 재택대기라는 게 있어요. 월급의 일부라도 주면서 우선 대기를 해보고, 일정기간 동안 회사에서 향후 그 사업을 살릴 수 없는지, 부서를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거죠. 그렇게 해고를 최대한 피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거죠.

또 노동법을 강화할 필요도 있겠죠. 예를 들면 (희망퇴직을 거부했을 때 가해지는)면벽근무나 화장실근무 같은 거, 법으로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가봐도 사회적으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경우는 구체적인 규정을 넣어 노동자에게 퇴직을 압박하는 행위가 있으면 부당해고로 인정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겠죠. 지금은 ‘너 그만둬’ ‘너 사직서 내’라고 강요한 CCTV나 육성 등 정황이 없으면 부당해고로 인정되지 않으니까요.

아울러 희망퇴직 대상자 선정도 한시적으로는 피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법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당노동행위가 있어도 사측은 벌금 몇백만원 내고 끝나거든요. 좀 더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겠죠. 노동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임에도 헌법에만 붕 떠 있고, 근로기준법에는 솜방망이 처벌밖에 없으니까요.
 
 
어떻게 노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시고 싶은 업무 분야가 있다면?
 
대학 내 모임을 통해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했어요. 여기서 했던 활동들을 통해 주위 추천을 받아 전국건설기업노조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현재 카드뉴스, 동영상 등을 적극 활용해서 SNS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예로 들면, 직장 내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든가, 쫓겨났다던가, 상사가 횡포부리는 사례 등을 소개한 것들이 있어요. 현재 근로기준법은 희망퇴직과 관련해선 많이 부족하지만, 실제론 법이 나름 잘 되어 있음에도 활용하는 분들이 굉장히 적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힘들게 대기업에 취직해도 직장 내에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고쳐가야 할 일들이 정말 많잖아요. 특히 중소기업이면 더 심할 거구요. 기업이 노동법을 지키게 하려면, 혼자서 개인 소송 걸고 싸우긴 어려우니 단체를 만들어 뭉치면 훨씬 수월하잖아요. 결국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했는데 힘든 생활을 하면 고생한 보람이 없어지잖습니까? 좀 더 나은 회사생활하기 위해 (내 권리를 지켜줄)노조가 필요하겠죠, 특히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특수한 사람에게 허용된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법에 보장된 권리인 만큼, 적극 법을 활용하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제작할 홍보물에는 평상시에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은 단어들보다, 일상적으로 쓰는 말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자, 이런 것들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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