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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살현장, 혈흔과 증오만 남아
국민이 반드시 책임 물어야
등록날짜 [ 2016년03월18일 11시32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학살의 현장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초등학교 때 도축장에 가 본 경험이 있다. 들어서자 비린 냄새가 확 끼친다. 피비린내다. 끌려 들어오는 소들의 눈망울이 무심하다. 자신의 운명을 알 리가 없다.
 
요즘 여의도는 피 냄새가 진동한다. 숨쉬기가 역겹다. 공천이 정치인들의 생명줄이라면 요즘 줄이 끊겼다 붙었다 도무지 자신의 목숨이 산 건지 죽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 정치인들이 많을 것이다. 살았어도 언제 죽을지 알 길이 없다. 내 목숨의 임자는 누구인가.
 
(사진출처 - 청와대)


사전을 펴서 ‘학살’이 뭔지 살펴봤다. 잔인하게 죽인다는 의미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죽인다는 의미가 집단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집단 학살이라는 말이다. 1968년 3월 16일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미라이’에서 500여 명의 민간인을 죽인 것이 학살이다. 한국전에서의 ‘노근리’ 사건이나 일제 강점기 ‘제암리 교회집단 살해’도 학살이다.
 
왜 지금 공천에서 학살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가. 공천탈락의 정당한 이유가 없고 묻지 마 학살하듯 했다는 의미다. 정치를 비정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치를 왜 하는가. 세상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 아닌가. 인간이 인간 대우받으며 살도록 하자는 것이 아닌가. 너무 꿈같은 소리를 하는가.
 
■힘 센 악당 하나를 잡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말 하나 잘한 것이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독재자 이승만 하나를 잡기 위해 4·19 혁명은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중구난방 터졌으면 집단학살로 끝이 났을 것이다. 5·18도 그렇고 6·29도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 폭군이 있었다. 놈은 제왕이었고 애들은 졸이었다. 용돈도 뜯기고 심부름꾼 노릇도 했다. 덤비고 싶어도 겁이 났다. 마침내 우리는 힘을 모았다. 단합이었다. 그리고 붙었다. ‘보자기 씌워서’ 흠씬 두들겨 팼다. 위대한 승리였다. 해방이고 독립이었다. 뭉치면 산다는 교훈이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여론이 높다. 근거는 당당히 있다. 방법은 선거다. 야당이 단일화해서 여당과 싸워야 이긴다는 국민의 생각이다. 여럿이 나와서 표를 갈라 먹으면 필패다. 힘은 모으되 1대1로 싸워야 한다.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 줘서 당선시켜야 한다. ‘더민주’도 좋고 ‘국민의당’도 좋고 ‘정의당’도 좋다. 누가 되도 지금의 정치만이야 못하랴. 헌데 저마다 자기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달라는 것이다.
 
1987년 제13대 대선에서 노태우는 36.6%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출마했고 표를 갈기갈기 찢어 노태우는 당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당시의 야당단일화 실패를 후회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가. 끔찍한 결과가 예상된다. ‘국민의당’이 몇 표나 얻겠느냐고 무시해 버릴 수도 있으나 선거는 한 표가 적어도 떨어진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면 안 된다. 단일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철수는 잃을 것 없으니 오기로 버티는지 모르나 사람 사는 게 그런 것이 아니다. 안철수는 아직 젊다. 이미 대선 때 실수를 했고 당을 만들고 무너트리고 잘못이 어디 한 두번인가. 이번이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기회를 잃으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학살로 도처에 피가 낭자하다
 
새누리당사 근처에 가면 피비린내가 진동한다고 한다. 온몸에 칼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 지르는 비명이 처절하다. 죄를 지었으면 맞아 죽어도 싸다. 그러나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 한 가지 이유라면 승복을 할 수가 없다.
 
유승민이 바른 소리 몇 마디 하다가 칼을 맞았고 유승민과 가깝다는 이유로 역시 목이 잘렸다. 이재오는 어떤가. 명색이 5선 의원이다. 한때 이명박의 따까리로 나는 새도 떨어트렸다. 이명박을 등에 업고 친박을 학살했다는 죄값을 이번에 톡톡히 치르고 있다. 입이 화를 부른다고 하지만 윤상현이는 혓바닥 잘못 놀린 죄로 목이 잘렸다. 누님이 살려 주길 바라는 모양이지만 두고 볼 일이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 허나 언제 그들이 도리를 생각하고 정치를 했던가.
 
나도 질 수가 없다. 김종인도 칼춤을 추었다. 칼이 너무 무거운가. 박영선과 이종걸 등 몇몇이 거들어 준다고 한다. 박영선과 이종걸이 누구인가. 당을 위해 어떤 공헌을 얼마나 했는가. 이종걸과 박영선의 목표는 문재인 타도가 아닌가. 그들의 해당행위를 열거하면 당연히 공천탈락이다.
 
김무성의 꼴이 말이 아니다. 명색이 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한구에게 덜미가 잡혀 정신이 없다. 무슨 타협을 했는지 측근은 공천에서 살려 놨는데 욕이 바가지다. 심지어 고깃값이라도 하라고 아우성이다. 옥새를 가지고 튀어서 일주일만 잠적하라는 요구도 있다. 죽었다 깨도 못할 것이다.
 
새누리에 그래도 유승민 같은 바른말 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진영 같은 소신파 의원도 있었다. 지금 선혈이 낭자하다. 누가 휘두르는 칼인가. 이한구인가. 한구는 그냥 지시에 따라 칼춤 추는 망나니에 불과하다. 그럼 오더는 누구인가. 그런 바보 같은 질문도 하는가. 이제 김무성도 마지막이다.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한 번 제대로 처 보라.
 
■국민들은 제대로 주인 노릇 한 번 해보자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소리는 귀에 더께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말은 맞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 진짜 국민은 스스로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사는가. 주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림없는 소리다. 하인도 그런 하인이 없다. 온갖 설움 다 당하면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사는 것이 국민이다. 하인이 주인노릇 하는 오늘의 세상이다.
 
이제 선거철이다. 유일하게 국민이 인사받는 계절인 선거철이다. 유일하게 주인행세 할 수 있는 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못된 놈들 처단하자. 오늘의 나라 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자들이 누구인가. 국민이 갚아야 빚이 얼마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취직도 포기, 장가도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심판하자. 4월 13일에 심판하자. 이놈 저놈 다 잘났다고 하는데 잘 살펴야 한다. 표가 갈리면 나쁜 놈 당선된다. 그중에서 좀 덜 나쁜 놈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사표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과 연대는 물 건너갔다고 한다. 이제 국민의 판단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주인행세 하면서 살 것이냐. 종노릇하면서 죽어 살 것이냐. 공천학살이라는 살육의 현장을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믿을 것은 국민의 결단뿐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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