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지난 주말에 열린 11.14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쓰러져 의식이 없는 백남기(69)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강신명 경찰청장의 파면을 비롯,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시민 1천여 명이 참석한 '살인진압 경찰청장 파면 촉구,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시민대회‘가 열렸다.
조성래 언론노조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언론자유와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경찰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다."며 “경찰이 언론에 물대포를 쏴대며 취재를 방해한 것이 수십 건이나 접수됐다. 정권이 역사의 현장이 기록되고 전파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사무총장은 “언론인들은 물러서지 않고 권력의 폐부에 대한 감시를 계속할 것이다. 국제언론계에 언론탄압의 실상을 긴급히 알리겠다.”면서 “(다음달 5일 있을) 2차 총궐기대회에선 언론취재방해감시단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강다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은 “마트에 한번 가면 우리 농산물보다 수입농산물이 더 많다. 그래서 지금 농민들이 어떤 농사를 지어야할지 도박하는 심정으로 품목 선택해서 농사짓고 있다. 쌀은 꼭 지키겠다던 대통령이 쌀을 포기했다.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밥쌀용 쌀까지 수입해 보다 못한 고령의 칠십 농민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생존권 보장받자고 요구하는 농민을 폭압적으로 물대포로 쓰러뜨리는 게 정부냐”라고 성토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언론은 광우병 촛불이후에 10만이 넘는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시민들이 모였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면서 “왜 수많은 사람들이 할 일 없이 모였나? 헬조선에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과 천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삶에 대해 말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어떠한 언론도 왜 우리가 모였는지 보도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지난 14일, 10만명이 넘게 모인 민중총궐기에서 요구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일자리노동 :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 /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모든 서민의 사회안전망 강화
- 농업 : 밥쌀 수입 저지, TPP 반대 / 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 민생빈곤 : 노점단속 중단, 순환식 개발 시행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 청년학생 : 재벌 곳간 열어 청년-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 대학구조조정 반대
- 민주주의 : 역사왜곡 중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 공안탄압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양심수 석방
- 인권 :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 차별 및 혐오 중단 / 국가인권위 독립성 확보, 정부 및 지자체 반인권행보 중단
- 자주평화 : 대북적대정책폐기, 남북관계개선, 5.24조치해제, 민간교류보장 / 한반도사드배치반대, 한미일삼각군사동맹중단,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반대
- 세월호 : 세월호 온전한 인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 안전사회건설
- 생태환경 :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계획 폐기 / 신규원전 건설 저지, 노후원전 폐기
- 사회공공성 : 의료·철도·가스·물 민영화 중단 / 제주 영리병원 추진 중단, 공공의료 확충
- 재벌책임 강화 :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로 최저임금 1만원 실현 /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하청노동자 직접교섭 참여 등 사용자 책임 이행
그는 “조중동에선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을) 폭도라고까지 표현한다”면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과거의 역사에서 4.19 혁명, 5.18 광주민중항쟁, 6.10항쟁같은 민주시민의 투쟁을 모두 위정자들과 정권은 폭도라고 불렀다”며 “우리는 민주화와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늘 오전 기습적으로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14일 총궐기뿐만 아니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 관련 자료들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다 체포돼도 2선, 3선, 10선 지도부까지 구성해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백남기 씨 쾌유’ 관련 도보행진을 대자보로 처음 제안했던 중앙대 학생 신지영 씨는 “오늘 5시간동안 행진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의혈(중앙)이 한강을 건너면 역사가 바뀐다. 오늘 다시 한강을 건넜다"라며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진정으로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도 다 같이 행진하자"라고 말했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 중앙대 동문들과 농민 약 200여명은 이날 오전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를 출발, 한강대교를 건너 백남기 씨가 입원하고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중앙대 행정학과 68학번인 백 씨는, 유신정권이 막을 내린 1980년, 어용 학도군단을 제거하고 재건총학 1기 부회장을 지냈다.
백 씨는 그 해 5월 ‘박정희 유신잔당(전두환-노태우-신현확) 장례식을 주도하고, 흑석동 캠퍼스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서울역까지 행진하는 ‘중앙대 4000인 한강도하 투쟁’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세 차례의 제적을 당했고, 옥살이까지 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으로 이동, 강신명 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한편, 경찰은 시민들의 이동을 광화문 인근에서부터 가로막기도 했고, 서대문역 주변과 경찰청 주변 인도 등에 경찰력을 배치해 시민들의 항의 집회 참가를 막았다. 항의 집회에 참가하려는 농민들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약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항의하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청 앞에 모인 2백여명의 시민들은 "경찰은 지난 14일 집회 이후 행진 신고를 불허하고, 집회 신고된 경찰청 주변에 차벽을 설치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오후 8시가 넘어, 경찰청 당직사관에게 강 청장의 파문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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